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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겨울 종주

오늘 수련은 영진이에게 맡기고 2박 3일 지리산 종주를 다녀 왔다.
너무 피곤하므로 자세한 이야기는 다시 사진과 함께 댓글로 적어야 겠다.

182.212.105.70/2017-01-16 23:26:52 작성. 



2017년 1월 13일 ~ 1월 16일 지리산행기

13일 금요일밤 수련원의 지도를 끝내고 집으로 와 샤워를 한 후 마지막으로 등산 물품을 체크하고 서대전역으로 출발하였다. 택시타고 시간 맞춰 갈까 하다가 무거운 백을 메고 걷기 예행 연습차 지하철을 타고 오룡역에 하차하여 약 1Km 정도 걸었다. 다행이 가방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무궁화호 00시 43분 기차였는데 막상 도착하여 보니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여 대기실에 준비되어 있는 스포츠 채널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무궁화호 1517 기차는 00시 41분에 서대전역에 도착하였다. 후배 화균이는 2호차, 나는 3호차였다. 예매는 화균이가 하였는데 아무래도 잠을 자기 위해서 따로 예매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안에서 잠시 잠을 청하려고 하였지만 낯설은 분위기와 덜컹거림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생활패턴이 늦게 자는 형이라 잠을 자지 못했던 것 같다.

기차가 오전 3시 4분에 구례구역에 도착하였다. 도착하기 전에 각자가 준비한 식료품 중 서로에게 건네 줄 물품을 교환하였는데 가방에 넣을 공간이 없다고 후배에게 줄 물품도 다시 내 가방으로 화균이 나에게 줄 물품을 포함하여 반반씩 나눠 가져가야 할 물품도 결국 내 가방속으로 들어갔다. 후에 알고 보니 얼어 죽지 않으려고 무거운 방한방풍 자켓을 싸가지고 왔다.

구례구역 앞으로 나가니 택시 기사 아저씨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하차한 역은 구례구역으로 모두 같으나 화엄사로 가는 사람, 성삼재로 가는 사람, 노고단으로 바로 가는 사람 등 다양해서 택시 잡기도 만만치가 않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김밥 집에 들려서 김밥을 먹고 가려고 했는데 김밥 집은 보이지 않고 백반 집은 왠지 무겁게 느껴지고 시간상 부담스러워 꺼려졌다. 부식거리가 많으니 그걸로 허기는 채우고 노고단에서 아침을 먹기로 하였다. 택시를 타고 화엄사로 가려고 하였는데 화엄사 주차장으로 가는 차가 없고 화엄사와 노고단 중턱의 연기암으로 가는 택시가 있어 다른 일행 2명과 합승하여 함께 연기암으로 출발하였다.

연기암에 도착하여 보니 그 곳의 위치가 2014년 10월에 지나갔던 곳임을 기억해 냈다. 그 때는 화엄사 주차장에서부터 걸어왔었지만. 그리고 연기암에서 출발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후배 화균의 걸음이 생각보다 엄청 느리다. 평지에서의 걸음은 내가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빠른데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은 정말 가다 서다 인내심이 초인의 경지에 다다르게 만든다. 걷다가 갑자기 툭 멈춰버리면 머리가 후배의 배낭에 여러 번 부딪쳐 한 소리 했다.

“야, 가다가 갑자기 멈추면 어떻게 해!”

그러면 화균이 말한다.

“형! 힘들어요? 왜 짜증을 내요~!”

도발!


위와는 별개의 문제지만 사람에게 화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번 느낀다. 톤이나 어순의 전달 방식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된다.

노고단에 도착하여 스프와 바나나 등으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쳤다. 첫날 음식은 제 가방의 것으로 먹자고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두.. 난 어쩔 수 없이 내일까지 이 무게를 짊어지고 다녀야 하는 거구나!

노고단에서 화개재로 넘어가는 구간에서 있었던 일화 같은데 어느 순간 화균의 발걸음 폭이 평소의 1/3 정도로 걸으며 몸소 초고속카메라 모드를 시전한다. 그리고 뒤돌아 보며 말한다.

“형~! 졸려요~!”

애틋한 마음에 스틱으로 잠을 깨라고 허벅지를 때려주고 얼른 가자고 독려를 해줬다. 몽롱하고 느슨한 마음으로 산행하다 실족하여 발목이라도 다치면 둘 다 개고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터목 대피소에서는 발목 골절상을 당한 분을 만났고 천왕봉에서 대원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도중 응급구조 헬기를 목격하였다. 오늘 아침 (1월 17일) 화균이 관련 기사(nbo.kr/a1J)를 보내 왔다. 장터목에서 이 분들 자리가 원래는 2층이었는데 부상을 당하여 1층인 우리와 자리를 바꿨다.

근데 한 10발자국도 못가 또 돌아보며 게슴츠레 눈을 뜨며 “형~! 졸려요~!” 말한다. 순간 저혈당 증세가 떠올랐지만 좀 전까지 펑리수(한자를 보니 鳳梨酥 봉이수), 초코바 등을 저렇게 먹을 수도 있구나를 보여줬는데 무슨 말도 안되는 저혈당 증세인가 하고 무시했다. 한편으론 밤새 한 숨도 못자고 걷는 사람도 있는데 하는 생각도 올라왔다. 그래서 힘내라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숨도 못자고 산행하는 형님도 있는데.. 자~ 가자~!” 그러면서 잠을 깨라고 허벅지를 툭툭 쳐 줬다.

하지만 정말로 못간다. 속에서 ‘큰일났넹~!’ 소리가 난다. 혹시라도 저혈당 증세일지도 몰라 배낭에서 배에다 매는 밸트 주머니에 넣어둔 청포도를 먹으라고 하였다. 근데 청포도 사탕을 한 두 개 먹으니 다시 잘 가기 시작한다. 그 뒤로는 잘 가지 못할 때 마다 사탕을 먹으라고 말했다. 언젠가 계룡산을 함께 등산하다 화균이 말했다. 자기는 대배기량이라 숨소리가 거칠단다. 그 기억이 떠오르기에 말했다. 역시 대배기량이 맞구나. 에너지 소비율이 높다고 하니 스스로 말하길 자기는 7등급이란다. 그래도 증세가 심하지 않아 다행이다.

겨울 지리산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말 춥다. 햇빛이 쨍쨍해도 영하 10도 이하일 듯 하다. 그렇지만 오르고 걷고 하는 동안에 햇빛이 비치는 곳은 정말 덥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북쪽면으로 걸으면 태양이 산에 가려지고 겨울 삭풍이 매섭게 몰아친다.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것 같다. 지리산속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굳세고 당당해 보이는 얼굴로 콧물을 줄줄 흘리고 다닌다. 이번에 나는 새로운 스킬을 익혔다. 한쪽 콧구멍을 막고 흥-하면 콧물이 뿜어져 나간다. 몸이 날릴 정도로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면 "엘사가 접근을 거부하는 구나!" 농담삼아 말했는데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을 안봤으니 알아듣지를 못한다. 올라프가 노래부르며 갑자기 나타날 것만 같은 구간도 있었는데 지리산은 엘사가 얼려놓은 것처럼 눈꽃과 설경이 아주 아름다웠다.

다행이 오후 5시쯤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여 도착 기념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화균이 배낭속에서 삼겹살 700g과 인스턴트 우거지국에 햇반을 넣고 끓여 저녁을 먹었다. 정말 맛있게 먹었고 꿀맛이었다. 그리고 부럽기도 했다. 먹은 만큼 배낭 무게가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와인 1병을 페트병에 담아 가져갔는데 환상적이었다. 물은 얼어도 술은 얼지 않았다. 와인은 내 가방에 있던 것이니 내 배낭무게도 한결 가벼워지긴 하겠지만 내 배낭에는 아직도 한 무게하는 두유 8개와 참치 캔 2개, 오리 훈제 600g 등이 남아 있다. 

화균이에게 연하천까지 오면서 궁시렁 대던 것 한 가지는 똑같은 거리를 1시간 만에 얼른 끝내고 쉬는 것과 3시간 동안 천천히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힘들겠느냐는 질문이었다. 양 어깨는 15kg이상 되는 가방을 계속 짊어지면서 말이다. 평소 저녁에는 탄수화물을 먹지 않고 두부 반모와 고구마 1개만 먹고 있었고 전날 출발 직전까지 수련지도 하며 함께 운동을 하였고 또  밤을 새워 하루 종일 걸으니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기 직전에는 춥고 배고프고 힘들고 집 나가면 개고생이란 말이 별이 바람에 스치우 듯 자꾸 뇌리에 스쳤다.

해가 지니 연하천의 기온이 엄청 떨어진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대충 마친 후 밤사이 마실 물을 뜨러 샘터로 갔는데 찬바람이 불자 1분도 못버티고 그냥 도망치듯 대피소로 뛰어 들어갔다. 말도 못하게 춥다. 다른 생각이 들 여지가 없이 그냥 춥다. 그래도 연하천 대피소 안은 따뜻했는데 장터목에서는 대피소 안도 추웠다. 깔개를 담요대신 발포 폼?으로 만들어진 그런 깔개를 주면 모를까 밑에서 한기가 올라와 몸이 떨린다. 결국 옷을 껴입고 자야만 했다. 장터목에서는 밤사이 화장실에 한 번 다녀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냥 참고 말았다. 너무 추웠다.

화균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것은 그 추운데도 불구하고 물도 떠오고 설겆이 등 불평없이 하는 것을 보았을 때였다. 
소소한 몇가지 일 수도 있는데 설겆이 하는 법등을 배웠다. 예를 들자면 고기를 굽느라 기름이 덕실덕실한 후라이팬과 국을 끓이느라 기름진 냄비에 물을 조금 넣고 끓이면 끓는 물과 수증기로 인하여 기름기를 주방타올로 닦아내기가 쉬웠다. 다만 날이 많이 추워 기름기가 금방 굳으니 빠르게 닦아내야 했다.

연하천에서 장터목까지의 거리도 만만치는 않다. 대략 13~14km는 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심한 오르막이 없고 거의 능선을 타기 때문에 쉬이 장터목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중간에 벽소령에서 두유와 빵으로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세석에서는 비엔나 소시지를 넣고 라면을 끓여 먹었다. 세석대피소에서 버너 바람막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기온이 낮아 화력이 약한데 바람까지 부니 화력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 그래도 옆에 산행오신 분이 우리 행동을 보시더니 먼저 바람막이가 필요하면 쓰라고 말씀해 주셔서 고마웠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세석대피소가 제일 마음에 든다. 2014년 가을에 지리산 화대종주를 갔을 때 촛대봉에서 내려다 본 세석대피소는 매우 아름다웠다.

우리 걸음이 좀 늦고 늦어도 또 언제 오겠느냐며 사진도 찍어가며 산행하니 시간이 많이 정체되었다. 장터목에 도착하기 700m전 대피소에서 연락이 왔다. 6시까지 도착하지 않으면 전화가 온다고 한다. 대피소에 도착하여 또 잘 도착했다는 인증샷을 찍고 자리 배정을 받았다. 처음 배정받은 자리는 1층 따뜻해 보이는 라디에이터 바로 앞이었나 위에서 살짝 언급한 것처럼 부상을 당하신 분이 있어 우리는 그 분들과 자리를 바꿔 결국 2층으로 옮겼다. 자는 동안 너무 추웠다. 심지어 산장이 날아갈 듯한 바람소리가 심리적으로 더 춥게 만드는 듯 했다. 우리와 자리를 바꾼 그분들에게는 아무런 감정은 없으나 1층 자리가 절실하게 생각났다. 장터목에서 오리 훈제를 구워 먹으며 저녁을 먹었다. 가져간 술은 와인 750ml가 전부였고 그것은 모두 연하천 대피소에서 마셔버렸기에 술 한 두잔이 아쉬웠지만 평소보다 산에서 더 잘 먹는 것 같다.

다음 날 오전 5시에 일어나 간단히 두유와 빵으로 아침을 먹고 천왕봉으로 오른다. 멀리 시내의 불빛이 보이기도 한다. 해가 뜨기 전에는 바람도 추워서 성질을 내는지 더 많이 부는 것 같다. 올라가면서 일출이고 뭐고 카메라를 꺼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화균이 올라가서 커피 한잔 하자고 한다. 나는 엄두도 안나는데 말이다. 근데 정상에 올라가서 일출 장면을 보자 카메라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출을 보고 하산을 시작하였는데 대원사쪽으로 가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었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았고 눈이 많이 쌓여서 길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바람이 눈을 날려 눈 위의 발자국을 지우기도 했다. 중간 중간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펴 탐방로를 확인하여만 했다. 해발 고도 1000m 정도 내려 왔을까 화균이 얼음물에 한 번 들어가 보자고 한다. 처음에 오버하는 것 같아 반대를 했지만 내려오다 결국 돌로 얼음을 깨고 물속에 들어가 합장하는 사진을 찍었다. 찍고 나오니 화균이 말한다.

“불법인거 아시죠?“

"ㅡㅡ;"

그래도 이번 산행에 가장 인상깊은 것은 얼음물 속에 들어가 합장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는 것이다. 엄청 추울 줄 알았는데 산행 중 걷느라 몸에 열이 오르니 물이 생각보다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차갑긴 했다. 겨울에 찬물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며 또 불법이라니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따라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려되는데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하산하여 쓰레기 포인트제에 등록도 했다. 쓰레기 포인트제는 산에서 가져온 쓰레기 무게를 재어 그걸 국립공원 이용 포인트로 바꿔주는 제도이다.

대원사 쪽으로 도로를 따라 1.5km 이상(정확한 거리는 모르겠고 유평에서 대원사까지 1.5km이므로) 걸으면 버스 정류장이 나오고 거기서 진주행 버스를 4시 30분 탔다. 진주시에서 가볍게 목욕을 하고 백종원의 삼대천왕?에 나왔다는 비빔밥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나는 비빔밥보다 국물이 정말 맛있었다. 7시 30분 대전행 버스를 타고 집에 오니 10시 반 정도가 되었다.

이 글에 모든 이야기를 쓸 수는 없다. 기억나는 대로 쓴 정리되지 않은 글이기도 하다.
사진이 도착하면 몇 장 올리는 것으로 산행기를 마무리 한다.



이번에 교훈: 겨울 산행은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1. 버너 바람막이가 필요하다.
2. 겨울산행에서 스틱은 꼭 필요하다.
3. 아이젠을 꼭 바꿔야 겠다. 내 아이젠은 눈이 없는 곳에서는 너무 불편하다.
4. 스패츠도 바꿔야 할 것 같다. 내 스패츠가 너무 엉성하다.
5. 화균이 준비한 손바닥에 붙인 군바리? 핫열팩은 훌륭하다.
6. 집에 굴러다니던 보온병은 가지고 다니기에 너무 크다.
7. 주식은 일행끼리 서로 상의하여 준비할 필요가 있지만 부식(사탕 등)은 각자가 준비하게 하는게 좋다. 오지랖이 넓게 오버하여 서로가 서로의 부식을 준비하다 보니 배낭 무게가 늘어났다.


182.226.43.150/2017-01-17 18:16:33 작성. 

거울을 보니 왼쪽 얼굴에 비해서 오른쪽 얼굴이 더 탔다.
이것은 우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했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182.226.43.150/2017-01-17 19:53:26 작성. 



182.212.105.70/2017-01-20 00:50:06 작성. 

지리산 사진 일부는 사진자료실에서 볼 수 있다.

182.226.43.150/2017-01-20 16:50:53 작성. 

올ㅋ
 


182.226.43.150/2017-01-20 21:32:20 작성.